남기호 문경시의회 의원은 6월 10일(월) 제276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 앞서 ‘문경시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 운동’을 제안하는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문경 시민 여러분!
언제나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변하고자 노력하시는 황재용 의장님과 동료 의원님 여러분!
그리고 살기 좋은 문경 건설을 선두에서 이끌고 계시는 신현국 시장님과 공무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영순, 산양, 산북, 동로가 지역구인 남기호 의원입니다.
본 의원은 오늘 우리 문경의 전통과 역사적 정체성이 녹아있는 문경시 산북면의 도천사지 삼층석탑의 반환을 추진하는 ‘문경시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운동’을 제안합니다.
김천의 직지사 대웅전 앞에 보물 제606호로 지정된 쌍탑이 있는데 탑 이름이‘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입니다.
또한 비로전 앞 석탑의 이름은 ‘문경 도천사지 삼층석탑’이며 보물 제60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직지사의 경내에 있는 3기의 석탑은,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조성했다고 전해지는 탑으로, 당초 문경시 산북면 서중리 폐사지인 도천사지에 파손, 산재해 있던 것을 1974년 직지사로 옮겨가 원형대로 복원한 것입니다.
1970년 단국대 유적조사단은 도천사에 대하여 지금까지 발견된 각종 건축용 석재 및 제작 수법으로 미루어볼 때 당시 경주지역에 버금갈 정도의 상당한 품격을 갖춘 사찰이었으며, 특히 도천사지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거탑 3기가 나란히 서 있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탑파양식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도 산북지역은 경북북부에서 가장 먼저 창건된 대승사, 일제시대 8교구 본사였던 김용사, 보물 삼층석탑이 남아 있는 화장사지, 불교 3대 결사가 일어난 미면사지, 나옹선사가 출가한 묘적암 등 대규모의 수많은 불교유산과 유적이 산재해 있는 곳으로 도천사가 유일한 3탑 양식을 출현시킨 배경도 일찍부터 이 지역에 발달한 불교문화가 꽃피워 낸 결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찬란한 문화를 만들어 왔지만 임진왜란, 구한말 서구열강의 침탈,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 등으로 아픈 역사를 많이 겪었고, 근대화 이후에는 먹고 사는데 집중하느라 안타깝게 잃어버린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혼란스런 시기에 도난, 도굴, 약탈, 해외 유출이나 합법적 구입, 기증 등 합법·불법을 망라한 다양한 이유로 문화유산이 국내외로 유출되어 제자리에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를 찾기 위하여 국가의 외교 역량과 민간의 ‘문화유산 제자리찾기’단체까지 힘을 합하여 반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의궤’를, 일본으로부터 ‘조선왕조실록’ 및 ‘조선왕실의궤’등 1,205책의 문화유산을 되찾아왔고, 미국으로부터 6.25 전쟁 당시 사라진 대한제국 ‘국새’ 및 ‘조선왕실어보’와 ‘신흥사 영산회상도’를 반환받았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19일 미국 보스턴 박물관에서 석가모니 등 3여래 2조사의 사리를 100년만에 반환받아 원래의 양주 회암사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지자체별로‘문화유산 제자리 찾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전국 14개 사찰에서 도난되었다가 경찰의 수사로 되찾은 불교 문화유산 32점이 조계종을 통하여 원래의 자리를 찾게 되었으며, 국립대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영주 흑석사의 국보급 복장유물을 반환받기 위하여 영주시는 성보유물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한, 국보로 지정된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은 1912년 일본으로 반출됐다 1965년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110년 넘게 고향 강릉 땅을 밟지 못한채, 현재는 국립춘천박물관이 소장 중입니다. 이에 대하여 지난 2022년 강원도의회에서는 강릉의 원자리로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안을 의결한 바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무단 반출되었던 국보 제101호 지광국사탑이 환수 후 서울의 경복궁 경내에 있다가 112년만에 지난해 8월 고향인 원주 법천사지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주로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그 주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가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이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문화재는 본래의 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나고 역사성과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즉, 문화재 보존의 대원칙이 ‘원형 유지’와 함께 ‘본래 있던 자리’도 중요한 개념으로 포함되는 이유입니다.
문경의 도천사지 삼층석탑도 같은 맥락입니다. 도선국사가 전례없는 방식의 삼층석탑을 도천사지에 건립한 것은 그만의 불심과 영감이 그 자리에서 실현되었던 것인 만큼 본래 위치로 돌아옴으로서 그 영혼과 역사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경시는 지금부터라도 문화재 제자리 찾기 시민단체를 구성하고 직지사는 물론 조계종, 국가유산청 등과 협의하여 ‘도천사지 삼층석탑 반환 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조계종은 문화유산 관리에 대하여 일관되게 ‘환지본처’를 추구하는 불교계의 본산인 만큼 우리와 뜻하는 바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소홀히하고 방치하고 있던 사이에 무너지고 파손된 유적을 복원함으로써 분실이나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한 직지사에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전제로 하여 석탑의 소유 문제가 아니라 문화재 제자리 찾기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한가지 덧붙여, 본 의원은 운강 이강년 선생의 묘소 이전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갖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미 여러 기회를 통해서 동료의원님들도 문제를 제기했었고 문경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운강 선생의 묘소 이전 문제가 진척이 없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시기에 제천의 어느 야산에 수십년간 폐허 상태로 방치되었던 운강 선생의 묘소를 옮겨와 현재의 묘역을 조성한 화북 유림의 용기와 충절에 깊은 경의를 표하면서도 묘소 고향 이전을 반대하는 점에 있어서는 깊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일컬을 때 우리는 ‘수구초심’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판단 기준은 오늘을 사는 후세의 기득권이나 가치판단이 아니라 오직 운강 선생이 편안하게 영면하실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묘소의 고향 이전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더 한층 노력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끝으로 5분 자유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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