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문경의 손녀’ 신유빈!!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경기 여자복식 금메달 주역인 신유빈 선수 고향인 문경시는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신유빈의 조부 신두균(83)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 민지1리 섬안마을이 고향이며, 부친인 신수현은 경기도 수원시탁구협회 전무로 재직하고 있다. 신유빈이 신두균씨의 손녀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저녁,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4대 1(11-6, 11-4, 10-12, 12-10, 11-3)로 꺾고 대한민국 탁구 역사상 21년만에 신유빈-전지희 조가 금메달을 따냈다.
‘남북대결’이라는 긴장감은 애초부터 선수들에게 문제 되지 않았다. 편안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선 전지희와 신유빈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선제를 잡아내며 포인트를 쌓아나갔다.
반면 차수영과 박수경은 리시브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주 찬스를 허용했다. 남측 선수들은 오른손 오른손 조합인 북측의 백사이드로 좌우쌍포 공격을 집중시키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초반 두 게임을 빠르게 가져왔다.
그러나 결승까지 온 북측 선수들도 저력이 있었다. 정확한 임팩트가 이뤄지기만 하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코스로 공이 날아왔다.
3게임은 차수영의 강렬한 백핸드 임팩트가 흐름을 주도했고, 듀스 끝에 남측이 역전을 허용하면서 게임을 내줬다. 긴장이 풀린 북측 선수들이 제 모습을 찾아가면서 4게임도 팽팽한 듀스 접전이 벌어졌다. 자칫 흐름이 뒤집힐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남측 선수들은 가진 기량 외에도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팽팽한 흐름 속에서 흥분하지 않았다, 반면 오랫동안 국제무대에 나오지 않은 채 자국 내 훈련에만 집중해온 북측 선수들은 잦은 범실에 울었다.
서비스 폴트도 몇 번이나 지적 받았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흐름 자체가 꼬일 수도 있었던 4게임 승부처를 끝내 지켜내면서 승기를 장악했다. 게임스코어 3대 1 상황에서 시작된 5게임 초반 점수가 벌어지자 북측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일방적인 흐름이 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신유빈-전지희 조가 우승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경기가 끝나자 비로소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감추고 있던 긴장감을 드러냈지만, 펼쳐 든 태극기의 건곤감리 위치까지 꼼꼼히 점검할 정도로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신유빈-전지희 조가 아시안게임 여자탁구 개인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올해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후 꾸준히 유지해온 상승세가 아시안게임에서 절정을 이뤘다. 결승전은 남북대결 구도가 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했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이미 남북경기를 펼친 바 있다. 북측의 김금용-변송경 조를 이겼다. 한 대회에서 두 번이나 남북경기를 벌였고, 두 번 다 이겨냈다.
남과 북이 아시안게임 탁구경기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남자단체 결승 이후 무려 33년 만의 일이었다.
여자 개인복식 결승에서 만난 것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신유빈-전지희 조가 역사를 썼다.
한국 여자탁구가 이번 대회 이전까지 따낸 개인복식 금메달은 남자단체 결승에서 남북대결이 있었던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현정화-홍차옥 조가 처음이었고, 한국에서 열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석은미-이은실 조가 마지막이었다.
이전까지는 그 두 개가 다였다. 현 여자대표팀 석은미 코치가 바로 2002년 금메달리스트다. 금메달DNA를 후배들에게 물려준 석은미 코치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 코트로 내려와 후배들을 얼싸안았다.
신유빈-전지희 조의 금메달은 단지 여자복식만이 아닌 한국탁구 남녀 모든 종목을 통틀어 무려 21년 만에 획득한 메달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시안게임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가 걸렸다. 중국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2021년 도하 아시아탁구선수권 금메달, 2023년 더반 세계탁구선수권 은메달을 따냈으며, WTT 컨텐더 시리즈에서도 6월 라고스, 7월 자그레브, 8월 리마대회까지 올해만 세 번이나 우승하며 여자복식 세계 1위에 오르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직전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중국 조에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으나,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중국의 우승후보들이 일본과 인도에 패했고, 바로 그 일본과 인도를 이긴 남과 북 선수들이 결승에서 만났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합작했고, 각각 장우진, 임종훈과 함께 뛴 혼합복식에서도 동반으로 4강에 올라 동메달을 따냈다.
신유빈은 개인단식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여자부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최상의 마무리를 해냈다.
내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파리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쌓아올린 자신감도 메달 이상의 값진 성과다. ‘파트너’는 시상식에서 손을 맞잡고 한 번 더 하트를 그렸다.
(출처: 대한탁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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